나는 기억하는 한, 아빠는 본인 것 아닌 걸 데려가서 자기 것이 된 것처럼 굴어왔다. 예를 들어, 언니의 태블릿 하나를 하루는 가져간 후로는 그게 그만의 전용 기기처럼 되었다. 다른 것도 수없이 반복됐다. 나한테 있던 헤드폰,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 캐릭터 인형, 만화책까지. 기억나는 게 하나 있는데, 언니 책 중 일부를 아빠가 불태웠다. 왜냐하면 그분은 그것들이 ’세력주의’라며 마법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. 그런데 그 책들은 전부 심리학 서적이었는데 말이다.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이걸 그냥 받아들였다. 선물이든, 어떤 거든, 결국 부모님이 돈 써서 사준 거니까, 내가 그걸 지키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. 만약 나한테 자식이 있다면 절대 이런 짓 안 할 거라고 확신하지만, 사실은 내가 저항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. 몇 번 시도해봤지만, 아빠는 화를 내고 크게 소리치며 가구나 물건을 부수기 시작했으니까,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.

몇 일 전, 내 노트북 충전기가 망가져서 새 걸 샀다. 집에 다른 충전기가 두 개 있었지만, 내 노트북에는 안 맞았다. 그런데 두 날 전, 내가 새로 산 충전기를 서랍에 넣어두자, 아빠가 그것을 찾아가서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고 있다. 그리고 지금은 그 충전기 하나만 아빠의 노트북에서만 쓰이고 있다. 나는 공유하는 걸 싫어하지 않아. 물어보면 언제든지 줄 수 있고, 가족이나 남자친구가 아무말 없이 가져가도 돌아오면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. 그런데 아빠는 그런 일이 전혀 없다. 그래서 요즘은 아빠가 직장에 있을 때를 노려서 충전기를 숨겨보는 게 생각났다. 정말 극단적인 선택일까? 혹시 내가 악당이 되는 걸까?